시카고 학파와 신자유주의의 관계를 분석하고, 유사점과 차이점을 중심으로 경제철학과 정치담론 간의 구분을 명확히 정리합니다.
오늘날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라는 단어는 때로는 비판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무한 경쟁, 복지 축소, 양극화 심화 등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 뿌리로 지목하는 사조가 바로 시카고 학파다. 밀턴 프리드먼과 그의 제자들이 주창한 자유시장 중심의 경제철학은 과연 신자유주의의 원조일까? 이번 글에서는 시카고 학파와 신자유주의의 관계를 냉정히 정리해본다.
1. 신자유주의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는 20세기 후반 등장한 경제철학으로, 다음과 같은 기조를 갖는다.
- 작은 정부: 국가의 시장 개입 최소화
- 민영화: 공공부문을 민간에 맡김
- 규제 완화: 기업 활동의 자유 보장
- 무역 자유화: 자국 중심 보호 무역 배제
특히 1980년대 레이건 정부(미국)와 대처 정부(영국)의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확산의 기폭제가 되었다.

2. 시카고 학파의 핵심 사상
시카고 학파는 시장 자율성과 통화 중심의 정책을 중시한 학파다. 주요 인물은 다음과 같다.
- 밀턴 프리드먼: 통화주의, 규제 반대, 바우처 교육제 주장
- 게리 베커: 모든 인간 행동의 경제학적 분석
- 리처드 포스너: 법경제학의 대표자, 법의 효율 강조
이들은 정부 개입은 오히려 시장 실패를 낳는다고 주장했고, 자유롭고 경쟁적인 시장이 가장 효율적인 구조라고 보았다.
3. 시카고 학파와 신자유주의의 유사점
다음과 같은 지점에서 시카고 학파는 신자유주의와 명확한 교차점을 가진다.
- 자유시장, 경쟁 강조
- 최저임금제, 보조금 등에 대한 비판
- 통화정책을 통한 경제 안정 추구
- 공공부문 효율화(민영화) 옹호
특히 프리드먼은 1980년대 레이건 정부에 직접 조언했고, 그의 철학은 국제기구(IMF, 세계은행)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에도 반영되었다.
4. 그러나 시카고 학파 ≠ 신자유주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카고 학파와 신자유주의를 완전히 동일시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신자유주의는 정치·외교적 담론까지 포함된 넓은 개념이다.
- 시카고 학파는 정교한 수학 모델과 실증 분석에 기반한 학문적 사조다.
- 프리드먼은 개인 자유를 중시했지만, 불평등 자체를 옹호한 적은 없다.
즉, 시카고 학파는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지만, 신자유주의 정치운동의 전개와 결과까지 모두 책임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5. 한국 사회에서의 논의
한국에서도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본격화되었다. 민영화, 노동유연화, 규제완화 등은 시카고 학파의 원칙과 닮아있다. 하지만 동시에 다음과 같은 반작용도 존재한다.
-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 확대
- 복지 확대 요구 및 공공성 강조
- 시장의 공정성과 정부 역할의 재조명
이는 시카고 학파적 접근이 모든 문제에 만능이 될 수 없다는 반성의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맺으며
시카고 학파는 신자유주의의 철학적 기반을 제공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 자체가 신자유주의는 아니다. 둘은 분명히 연결되어 있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시카고 학파는 신자유주의다’라는 도식이 아니라, 그들의 사상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정책으로 구현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균형 잡힌 시선이다.